필자는 군 생활을 카투사로 지냈다.


미군 부대에 있다 보니 미군이랑 안면이 트게 되었고,


휴가를 나가면서 몇 번 그들을 도와주었고(문자 읽어주기, 길 안내 등),


그 답례로 같이 술 먹고 그러다 보니,


전역 후에도 연락하며 지내게 되었다.


군무원들하고도 알게 되고 그래서 군 생활 동안,


그리고 전역 후 얼마 동안은 그들과 같이 밥을 먹을 기회가 많았는데,


음식점을 여러 군데 데려다주면서 그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싫어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나의 경험으로 이 글을 쓰려고 한다.


사람 입맛이 다 똑같지는 않으니 모든 외국인이 다 이렇다고 할 순 없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한국 사람 사이에서 호불호가 적은 음식이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


양념 불고기나 삼겹살은 의외라고 보기엔 힘들어서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1. 치킨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 미군은 한국의 치킨을 좋아한다.


미군 부대 내에는 파파이스와 버거킹이 있다.


파파이스의 감자튀김과 버거킹의 햄버거는 물론 맛있지만,


치킨으로 본다면 다양한 맛과 구성을 가진 한국 치킨이 최고다.


양념치킨은 그들에겐 약간 매콤한 편이지만 달짝지근해서 인기가 좋다.


프라이드는 바삭한 식감을 가진 치킨을 좋아했다.


간장 치킨과 마늘 치킨은 호불호가 갈린 편이었으며,


순살 치킨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이었다.


치킨과 맥주는 같이 먹는 거란 걸 가르쳐줬더니,


나중엔 우릴 통해서 치킨 배달해서 부대 내에서 산 맥주(버드 아이스?)랑 함께 먹더라.


덕분에 군생활하면서 치킨을 많이 먹게 되었다.


의외로 얘네들은 닭다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거의 나의 차지가 되었다.




2.자장면


치킨의 성공사례를 볼 때, 


분명 탕수육이나 깐풍기를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특히 맥주보단 위스키나 보드카를 먹는 애들의 경우,


치킨과 맥주는 너무 캐주얼(?)하다고 하길레 중화요리집으로 데려가 이과두주,고량주 등을 시켜 먹었다.


보통 먹으면 탕수육,깐풍기, 군만두를 시켜서 먹고,


배가 너무 고프면 볶음밥을 시켜주곤 했는데,


옆에서 후임과 내가 자장면과 짬뽕을 먹는 걸 보고 신기했나 보더라.


자기들도 도전(?)해보겠다며 간자장, 삼선짬뽕을 시키고 앞접시도 달라해서 나누어먹었는데, 의외로 간자장은 보기와는 다르게 맛있다며 공기밥을 하나 추가해서 소스에 비벼먹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단맛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3.족발


생긴 건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막상 먹어보니 부드럽다며 많이 좋아했다.


심심한 맛의 옛날식 족발보단,


달달한 맛의 현대식 족발을 더 좋아했다.


여담으로 보쌈은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삶은 고기를 그대로 먹는 거라고 생각하니 역겹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4.알로에음료


보통 미군들은 1.5L짜리 페트병으로 병째 마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들이 오렌지 주스와 함께 많이 들고 다니던 것이 알로에 음료였다.


맛도 좋고 청량감을 주는 색깔이라 기분좋게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안에 건더기가 들어있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서,(콧물 같다고 한다)


건더기가 없는 알로에 음료를 사먹더라.



5.약과,한과


전통 간식을 소개해줄 기회가 있었는데,


이나 약밥 종류는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식감도 그렇지만 간식으로 먹기엔 너무 무겁다는 의견이 많았다.


약과의 경우 달달하면서 부드러워서 애들도 좋아했다.


다만 끈적거리는 식감을 싫어하는 애도 있는데,


그의 경우는 차갑게 해서 먹는다고 한다.


한과의 경우도 색깔도 이쁘고 맛도 괜찮으며 바삭한 식감도 좋아서,


특히나 미군의 와이프나 어린 여자애들이 좋아했다.


6.오이소박이,동치미국물


아무리 김치를 한식의 세계화의 선두주자로 밀어주려고 해도,


김치는 한계가 너무 뚜렷한 음식이라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


일단 국내에서도 김치를 싫어하는 한국인이 많은데 외국인이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한식을 소개해주다 보니 김치도 먹일 때가 있는데,


역시나 호불호가 강하고, 불호가 훨씬 많았다.


그들에겐 양배추를 빨갛게 해서 맵고 차갑게 먹는 게 영 어색한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서 백김치도 줘봤는데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오이소박이의 경우, 그 청량감과 익숙함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특히나 중년 미국인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동치미국물은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맵지도 않고 달콤한 것이 소화에도 좋다고 하니 특히 어머니들이 일부러라도 먹이려고 했다.


아예 음료수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 외에도 김밥(특히 참치,불고기김밥),호떡,계란빵이 인기가 좋았고,


과일은 참외,과자의 경우엔 바나나킥, 빠다코코넛, 칸쵸가 스테디셀러였다.


지나고 보니 그들에게 너무 전통한식만을 먹이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을 같이 맛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의 세계화도 결국은 한국인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보다는,


많은 사람이 평소에도 먹는 음식을 이용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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